호리 준(堀潤), 8bit News

랑스의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Charlie Hebdo)본사 테러 사건에서 살해된 12명 중에는 4명의 저명한 풍자 만화가가 포함돼있었다. 편집장이자 ‘샤루브’라는 필명으로 알려진 스테판느 샤르보니에(Stephanne Charbonnier, 47), ‘카뷔’라는 필명으로 널리 알려진 장 카뷔(Jean Cabut, 76), ‘티뉴’라고 불리는 베르나르 베락(Bernard Verlhac, 57), 그리고 조르주 올랑스키(George Wolinski, 80)가 그들이다.

왼쪽부터 볼린스키, 샤보니에, 카뷰, 베락

일본의 풍자만화가 야마이 노리오(山井敎雄)에 따르면, 이 4명은 그와 함께 만화가들에 의한 평화공헌활동을 목적으로 한 NGO Cartooning For Peace의 멤버로 지금까지 세계 20개 도시에서 표현의 자유와 각국의 문화교류 등을 주제로 전시회와 심포지움 등을 열어왔다.

일본에서 활동하는 파리 출신 저널리스트 에티엔느 바라루(Etienne Barral)는 티뉴 씨와 오래전 부터 아는 사이로, 1992년 티뉴와 프랑스 만화가들이 교류차 일본을 방문했을 당시, 후쿠오카 현의 온천에 가는 등 사귈 기회가 있었다고 한다. 20년 전 당시 방문을 바탕으로 출판된 화집을 소중히 보관해온 에티엔느 씨를 8bit News가 취재할 수 있었다.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샤를리 에브도의 만화가들과 일본 간의 교류, 이번 테러사건에 대한 의견 등을 인터뷰를 통해 다뤄보자.

 

에티엔느: (사진 한장을 들추며) 지금 다시 보니 눈물이 나올 것 만 같군요… 이 사람이 사살된 티뉴씨, 가운데는 『오바타리안』의 만화가 호리타(堀田) 선생님… 1992년도 후쿠오카에 가서 찍은 기념사진이에요.

호리 준: 그 당시 무슨 이야기를 나누셨나요?

에티엔느: 이 화집은 프랑스와 일본이 공동 기획한 작품인데, 9명의 프랑스 풍자 만화가들이 일본에 와 각각 다른 지역에 머물렀었어요. 티뉴씨가 후쿠오카에서 3주간, 그 때 일주일 정도 저도 그와 교제할 기회가 있었죠. 하여튼 ‘파란 눈의 이방인이 관찰한 일본’ 같은 느낌의 작품이 덕분에 탄생했어요. 일본의 첫 인상, 일본인의 본 모습 등을 섬세하게 그리려고 시도한 작품입니다.

호리 준: 에티엔느씨가 보고 특히 인상에 남은 그림은 어느 것인가요?

에티엔느: (일본식 성, 가옥 그림 등을 가리키며) 이런 것도 꽤 좋아하고…그냥,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만화가란 대단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같은 비전문가와는 다르게, 그들은 눈에 들어온 모든 것을 파파팟-하고 그림으로 다시 내놓으니까요. 마치 사진기같다고나 할까? 그런 엄청난 재능, 부럽지요.

호리 준: 그림의 터치가 섬세하군요.

에티엔느: 성격은 따뜻한 사람이었어요….이제 그도 좋은 추억으로만 남게 되었군요.

호리 준: 당시 두분이 나눈 이야기는 기억나시나요?

에티엔느: 물론 일본에 관한 주제도 화제였지만…벌써 23년도 전 이야기래서 아쉽게도 자세한 내용은 잘 생각이 안나는군요.

호리 준: 일본에 대해선 흥미있어했나요?

에티엔느: 확실히 흥미있어했지요. 워낙 호기심이 왕성한 사람이라, 사실 일본 뿐만이 아니라 세계 곳곳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어요. 다만, 굉장히 바쁜 만화가래서 쉴 시간조차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듯 하더군요. 근 10년간 만나지를 못해 꽤 격조했어요. 하지만 신문으로나마 그의 만화를 접하면서 건강히 잘 있구나 하고 지켜보고 있었는데… 어제 파리의 편집부에서 테러가 있었다고 듣자마자 묘한 불안감이 들었죠. 혹시나 하고 궁금해하던 참, 몇 시간 후에 희생자 명단이 떴는 데 그의 이름이 올라와있어서 맥이 탁 풀려버렸지요. 숨진 또 다른 한명인 카뷔 씨도 2개월 정도 일본에 머물렀었는데…

호리 준: 표지 좀 보여주시겠어요? Cabu Au Japon이라고 써있네요.

에티엔느:  네, 카뷔 씨도 일본에 체류하면서 그 때의 인상을 그렸지요.  호리 준: 무슨 내용인가요?

에티엔느: 한마디로 설명하기 좀 어렵지만…(삽화를 하나하나 짚으며) 만원전철 안에 사람들이 모두 루이비통 백을 들고 있었다던가, 프랑스 빵이 정작 종주국보다 더 맛있게 개발되고 있다던가, 하는 그런 사회적 단면을 그려넣었네요. 90년대 프랑스로부터 여러가지 영향을 받았구나라는 걸 알 수 있지요.

호리 준: 일본과 관련이 있는 두 분이셨군요.

에티엔느: 역시 사살된 올랑스키씨도 일본에 왔었는데, 그는 야한 걸 좋아해서 말이죠. 이렇게…스트립쇼 극장에 간 일을 그리거나 했어요.

 

※프랑스에서 ‘풍자만화’란 무엇인가

호리 준: 이분들은 일본 문화를 프랑스에 소개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꽤나 과격한 풍자를 즐기는 건 아니었는지…?

에티엔느: 그렇지 않아요. 샤를리 에브도에 대해 딱 한가지 알아줬으면 하는 것이 있어요. 이 주간지는 결코 이슬람교만 특별히 지적하고 자극하는 매체가 아니에요. 프랑스에서는 흔한 소위 ‘풍자만화 주간지’로, 글보다 만화를 통해 시사 소재를 보도하는 매체지요. 만화가 개개인의 스타일도 다르고, 징그럽고 과격한 만화도 상당수 개재하지요. 정말 다양한 주제를 꽤 독설적으로 풀어가곤 하는데, 이런 방식은 사실 프랑스에서 매우 당연하게 여겨지고 팬도 많이 있어요.
프랑스에서 요즘 자주 하는 말이, 크리스트교를 겨냥한 풍자만화도 굉장히 많은데, 이슬람을 주제로 한 그림 몇 장 만으로도 이렇게까지 참사가 일어나는 것은 이상하다는 거에요. 결국 샤를리 에브도라는 매체가 지닌 문화를 완전히 무시했기 때문에 일어난 비극이죠. ‘자제’란 걸 모르는 언론사였으니까요.

“샤를리 에브도에 부르카를 씌워버려야해!”

호리 준: ‘자제’하지 않는 다는 것…무슨 생각에서 그런 입장을 고수해온 걸까요?

에티엔느: 뭐랄까, 요즘 세상에 미디어는 여러 면에서 상당히 제어받는 상황이잖아요? 스폰서 기업의 구미에 맞아야 한다던가, 권력의 꼭두각시가 된다던가.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비단 샤를리 에브도 뿐만 아니라, 마음대로 뉴스를 보도하고, 만화를 그리고, 검열을 거부하고, 자숙 따위 하지 않는 자세를 보장 받아요. ‘내가 재밌다고 생각하는 건 어찌되건 쓰게 해줘!’라는 스탠스가 강하죠. 물론, 찬반 양론은 항상 존재합니다. 특집 주제에 따라 ‘이건 도가 지나치구나’라고 생각하거나, 비위상해 화를 내는 사람도 있어요. 하지만 그래도 무엇이든 일단 자유롭게 게재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강한 언론의 증거 아닐까요?
(또다른 신문을 꺼내들면서) 이건 일본에서 50명 정도 밖에 구독하지 않는다는 저의 애독 주간지에요. 카넬(Cannel)紙라고…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신문이죠. 여기에도 23년 전 쯤 부터 카뷔씨가 만화를 계속 연재해왔더군요. 여기.

호리 준: 이건 무슨 그림인가요?

에티엔느: 프랑스군(軍) 재정개혁에 대한 풍자만화군요. 일본어로 뭐라고 하지…스노우 캐논? 그 왜, 스키장에 눈이 모자라면 인공눈을 내뿜는 장치 있죠? 프랑스어로 그 장치와 탱크가 같은 단어에요. 그래서 ‘안그래도 겨울이고 하니, 인공 눈 기계에도 세금을 새로 부과하자!’라고 떠드는 모습이네요. 뭐, 요번 건 별로 안웃겼지만, 어쨌든 카뷔씨가 이렇게 매주 1면에 이런 만화를 그려왔어요. 가장 기여도 많이 한 사람이고요.

호리 준: (옆 페이지를 가리키며) 이건 이슬람 풍자화로군요?

에티엔느: 제목이 ‘지하드계의 섣달 그믐날’ 이네요. 이슬람 전사가 ‘샴페인 코르크는 어떻게 따는건지 보여주지!’ 라고 소리치고 있는데…회교도인 주제에 왼손에 든 칼로 술병을 딴다며 비꼬는 내용인 것 같군요. 카넬 지도 영향력이 대단합니다. 이번 사건으로 카뷔 씨도 돌아가셨으니, 더이상 그의 만화를 여기서 볼 수 없게 됬지만…

호리 준: 이번 테러사건으로 꽤나 핵심적인 인사들이 희생된 것이군요.

에티엔느: 카뷔 씨와 올랑스키 씨는 가히 전설의 만화가였어요. 프랑스 문화계에 큰 손실이자 아픔입니다.

호리 준: 과연 손실이지요. 언론을 대상으로 한 이런 류의 공격, 절대로 용서받을 리 없겠군요.

에티엔느: 이젠 시간 문제에요. 테러범 한명은 이미 자수했고, 나머지 두 명은 오늘 내일 중으로 체포되지 않을까요. 엄중한 처벌을 면하지 못할겁니다.

호리 준: 활동중인 한명의 저널리스트로서, 이번 테러와 같은 언론 탄압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에티엔느: 뭐, 평소 “언론인이란 변변찮은 활동이랄 것도 없는 한심한 직업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까지 험한 꼴을 당하다니, 무섭다” 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아무리 언론의 자유가 보장받는 사회라지만…매일 싸우는 것 같아요. 특히나 샤를리 같이 자제 따위를 하지 않는 미디어라면, 어떤 형식으로든 보복의 위험을 외상으로 꿨다고나 할까요? 꼭 사살되는 것 까지 아니더라도…어떤 방식으로든 억압받기 마련인 것 같군요.

 

※종교와 테러집단, 과격파를 구분하는 분별력을.

호리 준: 테러범들은 자기들이 믿는 신과 예언자가 모독당했다고 주장하는데…매우 종교적이고 민감한 주제를 바탕으로 이러한 탄압을 가했군요.

에티엔느: 종교의 이름 아래 누군가를 죽인면 그건 누가 용서해주는 건가요? 의견이 서로 맞지 않을 때 쌍방이 서로 나름 주장을 펼치면서 말싸움을 하더라도, 그것도 애초에 발언의 자유란 걸 모두 가지기 때문에 가능한 거잖아요? 하지만 이번 테러사건은 말싸움의 정도가 아니라 누가 봐도 명백한 범죄지요. 본래 살인을 정당화하는 종교란 없지 않겠어요? 그러니 종교와 테러집단을 하나로 몰아가지 않으면 좋겠어요.

호리 준: 그런데 프랑스 국내에서도 이슬람교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여긴다던지, 교도 전체를 차별한다던지, 그런 경향이 있지 않나요?

에티엔느: 그정도 분별력은 프랑스인 대부분이 지니고 있어요. 극단적 우익이 아닌 이상, 일반 국민들도 종교 그 자체와 과격테러분자를 충분히 구별해서 의식하고 있어요. 물론, 지금의 어수선함을 이용해 선동을 일어키고 싶은 소수파도 있겠으나, 결코 그들은 주류가 아니에요. 이번 사건으로 일어난 전국적인 분노는 사람들을 죽인 것 그 자체지, 이슬람교는 딱히 문제시되고 있지 않아요.

 

※폭력을 동반한 압력이 언론의 위축으로 이어질까?

호리 준: 이번 일로 인해 언론이 위축될거라고 보시나요?

에티엔느: 음…그런 건 아니지 않나 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역으로 프랑스는 물론 전 세계 언론이 단결해 테러따위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어필하고 있으니까요. 오늘 아침에 인상 깊었떤 건데, (아이폰 화면을 보여주면서) 세계 여러 언론사 60지 정도가 샤를리 에브도에 대한 추모의 의미로 표지를 이렇게 장식하고 있더군요. 더 내셔널 이나 프랑스의 지방 신문들은 물론…이건 독일 베를린, 이건 Pravda, 러시아 신문이죠. Star는 영국, 이젠 잡지들까지…Courier Mail지도 있네요.

호리 준: 이런 모습을 보면 용기가 북돋는 느낌이겠네요.

에티엔느: 그럼요. 그리고 오늘 하루 일로 끝나지 않고, 앞으로도 테러를 용인하지 않는 체제를 함께 구현할 수 있으면 좋겠군요.

 

※언론의 ‘자발적’ 규제도 문제

호리 준: 일본에서도 언론의 탄압 전에, 언론 스스로가 ‘자체규제’를 하는 경향이 최근 지적받고는 하는데요.

에티엔느: 편집장이었던 샤브 씨가 1, 2년 전 인터뷰에서 한 명언입니다만, 이번 사건과 연계해서 생각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내 치부를 벌리고 사느니 차라리 똑바로 선 채로 죽는 편이 낫다!” 라고 했죠. 죽으면 죽었지 지지 않겠다는 프라이드가 느껴지지 않나요? 이런 언론인들에게 ‘자체규제’ 란 있을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이 카넬 지도 100년이 넘었지만 광고를 일체 싣지 않아요. 독자의 구독료 만으로 살아가는 매체지요. 요즘 세상에 언론에 있어 가장 문제는, 권력에 의한 억압보다 후원에 의한 억압이잖아요. 그런 점에서 특정 스폰서가 일절 없다는 건 정말 큰 의의가 있는 것 같아요. 콘트롤이나 규제가 없는 인디 소스로서의 신문과 잡지가 아직 살아있는 한, (저널리즘의 미래가) 그리 암울하지는 않다고 봅니다.

호리 준: 마지막으로, 한 명의 저널리스트로서 끝맺고 싶은 말은?

에티엔느: 열심히 우리의 일을 하는 것, 그 길 밖에는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전 그리 위험한 상황에 처할 일을 잘 하지 않습니다만, 일반적으로, 일견 편하고 재미있어만 보이는 저널리스트의 직업이 사실 장소와 상황에 따라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말하고 싶어요. 이번 사건도, 엄청난 대가를 치뤄야 했으니까요.

호리 준: 죽은 만화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에티엔느: 만약 천국이 있다면, 거기서도 재능을 살려 하나님을 웃게 해주세요 라고 말하고 싶네요. 살아남은 이들, 그리고 이 세상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언론의 자유를 소중히 여겨주세요라고 전하고 싶습니다.

 

Byunghun

Byunghun

Founder, editor-in-chie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