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을 ‘봉쇄’하거나 ‘’견제’하는 선상 밖에 있는 대중국 정책을 원천봉쇄할 생각인 아베 신조가 오바마 정권의 활동범위를 조금씩 죄매고있다.

아마도 미합중국은 이렇게 일본과 본말이 전도된 상황에 봉착할 리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대로라면 일본과 이해관계가 어긋나는 아시아 안보전략은, 결국 따를 가치가 없다고 미 정부가 느낄 때까지 그 정치적 비용이 점점 늘어나기만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전개가 가능한 것은 미일 안보동맹을 대미 관계의 핵심으로 부각시키려는 아베 총리의 노력, 때마침 일본을 쪼아대는 중국의 형세, 그리고 임기 말년 오바마의 레임덕(lame duck)신분, 반(反)중국 성향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되는 힐러리 클린턴 대선후보의 당선 가능성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렸기 때문이다.

한 나라가 미국과 안보조약을 맺으면 동맹국으로서 미 정부와 교류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무수한 이익단체, 운동가, 학자, 그리고 로비스트들을 동원할 수 있고, 이들의 활동은 사기업과 군이 상부상조하는 군산복합체(defense industrial complex)를 통해 밀려들어오는 돈의 흐름으로 탄력을 받기 마련이다.

로비하면 이스라엘이다.

단적인 예가 이스라엘이다. 물론 많은 이들이 유대인의 국가를 너무 사랑해서 로비를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수천만 달러의 자금이 힘없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억압하는 이스라엘군과 미국을 오가며, 그 중 일부는 다시 전문 로비스트들의 손으로 들어가는 현실이다. 그 뿐만 아니라 친이스라엘 정책은 이집트 및 요르단에 대한 사이드 지원으로 이어지고, 중동에서의 긴장상태 자체로 무기상과 방위사업체들에게 사업기회가 활짝 열린다는 점도 있다. 먹이사슬을 한참 내려가면 이름없는 단체니 재단들이 정치인들과 유착할 수 있고, 워싱턴의 갖은 싱크탱크들을 먹여살리며, 저널리스트들에게는 잔뜩 고조된 이야깃거리를 던져주고, 반이스라엘 여론을 억누를 변호사들에게 일감이 폭발하는 낙수효과까지 볼 수 있는 것이다.

늦게나마 이를 깨닳은 계기는 중국의 부상에 공동대응하자며 공공연히 인도-일본 방위동맹을 주창하는 인도 전문가 브라마 첼라니의 다음 발언이었다:

대서양공동체나 미일관계처럼 세계에서 가장 견고한 경제적 동반자관계는 모두 군사/안보협력을 기반으로 세워졌습니다. 이렇게 안보협력이란 지지대가 없이 엮인 경제관계는 불안정하고 위험하기까지 하지요. 중국의 일본, 인도, 미국과의 관계처럼 말입니다.

바꿔말해 어느 두 나라가 제 3자를 공동으로 대항하는 구도가 되면 경제도 필연적으로 긴밀해진다는 것이다. 이는 비단 일본과 인도 사이의 이야기 뿐만이 아니라, 중국과 영유권분쟁을 치르는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에 접근하면서, 평화헌법을 우회해 일본제 무기수출길을 모색중인 아베의 전략에서도 맛볼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분쟁없이 함께 윈윈하는 모델이 우리 모두에게 경제적 이득을 준다고 믿지만, 첼라니도 어느정도 일리가 있는 것 같다. 평화보다 긴장상태에 돈이 더 걸리는 이해관계자들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방위사업계와 관련 정부기관들이 바로 그 대상자다. 이쪽 형님들에게 ‘아시아 평화’란 건수없는 따분한 판일 뿐이다. 최근 오바마의 아시아 회귀 전략을 무슨 만병통치약인 듯 학계에 팔아 유명세를 얻은 소위 ‘좌파’ 싱크탱크 신미안보센터(CNAS)도 분명 중국위협론이 수그러들어 자기네 고학력 인턴들이 할일없이 중국 농구팀의 위협따위에 대한 보고서나 쓰고있는 날이 오기를 원치 않을것이다.

물론 그런 날은 당분간 오지 않을 테니 걱정 붙들어매자. 동구권에서 미국의 패권을 보여주겠다는 공해전투(AirSea Battle)는 미국 재정을 정말로 파탄낼 계획이 아니라면 시행하지 않을거다. 하지만 이제 중동을 떠나 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키우자는 ‘아시아 회귀’는 어느정도 먹혀들어간 모양새다. ‘테러와의 전쟁’도, ‘마약과의 전쟁’도 이젠 그 약효가 다 했지만 중국위협론은 여전히 돈을 부르는 마력을 유지중이다.

돈과 무기의 밀월관계가 아시아 평화에 도움이 될까?

일본은 이스라엘이 해온 역할을 동일하게 해내고 있다. 미국을 대상으로 ‘테일 웨깅더 도그’  (tail wagging the dog, 꼬리가 개를 흔든다는 뜻. 강대국이 되려 동맹국이나 보호국의 정책에 휘말리는 상황을 말하는 국제정치학 표현)에 가까운, 독립적인 외교정책을 휘두르면서도 미일안보우산에는 더 바짝 안겨들어갈 것이다. 이는 유사시 중국과 충돌 때 근육을 빌릴 요양이기도 하지만, 앞서 말한 인위적 긴장상태에서 나오는 거대한 경제적 낙수효과와, 미국의 무역 및 투자정책을 자기 구미에 맞게 구성하도록 워싱턴에서 공작을 펴기 위한 목적이기도 하다.

아베 내각과 일본 외교관들이 여기에 특출나게 활략하는 비결은 1930년대의 뼈아픈 대미정책 실패와도 무관하지 않다. 당시 미 국무부는 친중국파와 친일본파로 크게 나뉜 정국이었는데, 훗날 다시 없을 가장 유명한 로비세력으로 불리는 ‘차이나 로비’, 즉 장개석과 국민당의 로비로 친중파가 미 정계를 장악, 힘없는 중국을 도와 무서운 일본을 견제해야한다는 관점에 무게가 실리게 됬다. 그 결과 일본은 미국의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되 무역제재를 당하고, 결국 태평양전쟁으로 파멸해버렸다. 아베 내각은 다시는 이런 상황에 처하지 않으리라 제대로 작정을 한 모양이다.

요즘 세대는 모르겠지만, 불과 30년 전만해도 중화인민공화국이 아니라 경제대국 일본이 미국의 국익에 대한 가장 큰 위협으로 간주되던 적이 있다. 격세지감이랄까. 오늘날 미일안보조약은 중국으로부터 일본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미국내에서 일본을 몰아세우거나 고립시키려는 모든 종류의 노력을 무마하는 역할까지 맡고 있다. 이렇게 안보협력이라는 미명 하에 중국을 공동으로 적대화함으로 미일은 손익계산을 완료한 것으로 보인다. 도쿄는 미일동맹을 법적으로도 물질적으로도 공고히 할 수 있고, 워싱턴은 일본을 환태평양 무역협정(TPP)에 편입해 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을 일진보하는 방향으로 말이다.

아무리 호전적인 대통령도
국가재정을 소진하는 ‘위협 인플레’를
맹목적으로 달가워하진 않았다.

자, 하지만 대외적으로 아무리 호전적인 미 대통령들도 이런 류의 시나리오를 맹목적으로 달가워하진 않았다. 방위사업체들과 그들의 정치인 빽들에게 끊임없이 돈이 들어가는 ‘위협 인플레’가 국가재정을 소진하기 때문이다. 끝이 안보이던 베트남전쟁의 교훈이다. 게다가 하나의 명실상부한 적국과 옆에서 부추기는 주요 동맹국이란 판도에 박혀버리면 백악관은 국제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고수가 아니라 전쟁열차에 같힌 승객으로 전락하기 마련이다.

오바마 행정부도 그 가능성을 깨닫고 중국과의 마찰을 피하면서 현 국방/안보체제와 씨름하고, 아베신조의 위험한 전략사업에 건 지분을 줄여나가려고 노력하고있다. 그 근거를 설명하기위해 잠시 작년 말 있었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논란을 되짚어보자.  2페이지에서 계속

Byunghun

Byunghun

Founder, editor-in-chie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