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11월 중국의 일방적인 방공식별구역(ADIZ) 지정을 두고 다보스 포럼에서 아베 총리는 1914년 1차대전 때 유럽 정세까지 들먹이며(일본은 자유를 수호하는 영국이고 중국은 대륙의 독재국가 독일이라는 비유. 사실 대결구도상으로는 2차대전이 더 적당한 비유가 되겠으나, 다 알다시피 이 때는 악역이 뒤집히는 딜레마가 생긴다.) 중국 때리기에 들어갔다.

상당히 과격했던 이 발언은 미국 내에서도 여러 언론사들이 인용했다. 곧 조 바이든을 위시한 미 행정부가 중국에 너무 저자세이며 좀더 강경하게 나갈 필요가 있다며 비판하는 사조가 들끓었다. 그러나 1914년 역사 비유에 대한 미 정부의 불쾌함이 있었는지 스가 요시히데 국방장관은 오해가 있었다며 해명에 들어갔다.

이렇게 미일 간에 첫 엇박자가 있자마자 이번엔 해상 영유권분쟁이 한창인 남중국해에도 중국이 또다른 방공식별구역을 그린다는 아사히신문발 소문이 돌았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또 한번 일본 지도자의 선동적인 항의성명에 끌려다니기 전에 알아서 어떤 추가적 ADIZ도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제 표명을 했다. 우습게도 이에 10일 정도 앞서 미국 정부는 자국 민항기가 중국이 선포한 ADIZ를 지날 시 ‘승객의 안전을 고려’ 하여 비행계획을 통보하길 권고해, 중국에 강경세였던 일본 당국의 뒤통수를 쳤다. 일본에게 호락호락 사탕발림만 하지는 않겠다는 우회적 제스쳐였다.

한편 미 국가안전보장국(NSC)의 에반 메데이로스는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강한 어조로 피력하길

중국이 또다른 ADIZ를 지정하는 것은 아태지역에서의 미국의 입지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자극적이고 불안정한 행위임을 확실히 하고자 한다…중국이 발표한 그 어떤 ADIZ도 수용하지도, 인정하지도 않겠다.
미국의 다른 고위 관료들도 중국이 비슷한 위치에 방공구역을 둔 일본, 한국, 타이완과 사전에 조율하지 않은 점을 비난했다. 메데이로스는 이어서 미국이 중국과 나란히 손을 잡고 국제질서를 주도한다는 소위 ‘G2’구상도 기각해버렸다.
미중간에는 분명한 경쟁관계가 존재하며 이를 중점적으로 관리할 필요를 느낀다…(G2구상을)아무도 원하지 않는다…아태지역에서 우리의 이해관계, 가치관,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주요 국가를 생각해보면 그 목록에는 일본이 맨 위에 있다.

얼핏 메데이로스는 민주국가인 일본을 두둔하고 중국을 힐난 내지 견제하는 미 정부의 전형적인 입장에 서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는 매우 미묘한 수사적 차이가 존재한다.

우선 이 성명이 뉴욕타임즈, 워싱턴포스트처럼 전통적으로 미국의 대변인을 자처하는 유수매체가 아니라 교도통신에게 주어졌음을 눈여겨보자. 또 그는 “또다른” ADIZ에 대해 언급만 했지 직접 철회를 요구하지도 않았다. 만약 그랬다면 중국측이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가 되었을 터다. 그는 대신 남중국해에도 ADIZ가 생긴다는 일본발 루머를 겨냥해 약볼을 던진 셈이고, 중국이 상대적으로 손쉽게 미국을 달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었다.

아니다 다를까,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남중국해 ADIZ라는 일본쪽 보도는 전혀 근거가 없다고 부인했고, 오히려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개선의지를 표했다.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해당 루머를, 평화헌법을 변질해 군사력을 증강하려는 움직임으로부터 국제사회의 이목을 분산시키려는 일본 우익의 계략으로 일축했다.

지금까지 중국은 아세안 국가들로부터 항공상 어떤 위협도 느낀 적이 없다. 중국은 남해 주변국가들과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보고있다…(일본이) 이기적인 목적을 위해 여론을 현혹하고, 지역안정을 해치는 갈등을 고조시키고 있음을 경고한다.

반면 미국 관리들에 대해서 훙 대변인은 당사자들이 말과 행동을 신중히 하고, 객관적이며 차분한 입장에서 평화와 안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중국과 협력하기 소망한다고 반응했다. 미국의 약볼에 화답해 역시 가벼운 공을 던진 것이다. 겉보기엔 친일 메시지인 메레이도스의 교도통신 인터뷰는 사실 중국에게 저자세라고 비난하는 미 국내언론 및 친일 이해관계자들 입막음용이었다. 동시에 베이징에게 일본의 야심을 부분적으로 상쇄할 평행추이자 국제관계의 중재자인 미국을 존중해라고 전한 신호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중국도 이 신호를 깔끔하게 이해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로비스트, 국방인사, 친일재단 및 의원들, 군산복합체가 한데 모인 거대세력과 계속될 줄다리기의 일시적 승리에 불과하다. 미일동맹을 뼈대삼은 국화클럽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며, 이들은 워싱턴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언제나 미국의 전략적경쟁자 내지 ‘적’으로 간편하게 분류되고, 이를 타개하려면 그 누구라도 어마어마한 시간과 투자를 끌어 모아야 할 것이다.

여왕의 귀환

오바마가 물러난 백악관 안방을 아마 힐러리 클린턴이 차지할 2017년에도, 상황은 어려워지면 어려워졌지 크게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국무장관으로서 클린턴은 아시아 회기의 주요 지지자였다. 희토류 사태때도, “남중국해에서 항해의 자유는 미국의 국익”이라고 주장할 때도,  힐러리는 중국 때리기의 선두주자였다. 1972년 닉슨이 센카쿠 열도를 일본 오키나와현 관리 하에 넘기고도 그 주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모호하게 방치한 40년 전통의 공식을 깨고, 센카쿠가 미일방어조약에 적용된다고 공공연히 말한 것도 그녀다.

국무장관직을 떠나는 힐러리를 내심 기쁘게 보던 베이징이 그녀가 대통령이 돼서 귀환하는 것을 반가워할까. 오바마의 남은 임기 2년동안 최대한 대미관계에서의 이익을 챙겨 포스트 2017을 대비하려할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한국과 북한카드를 패에 챙기는 방향으로 말이다. 여담이지만 2017년엔 타이완의 반중국성향 민진당도 정권을 잡을 확률이 높아보이는데, 이 때 타이완이 덜컥 독립선언문이라도 공표하거나 일본이 그 뒤를 봐준다면, 그 때 아시아는 미국이 차마 손 쓸 틈도 없이 그다지 해피하지 못한 곳으로 돌변하지 않을까.

Byungh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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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under, editor-in-chie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