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0뷰를 넘어선 화제의 유튜브 웹시리즈 <나의 외국인 룸메이트>는 세계 최다 인구의 유학생 그룹인 미국대학의 중국인 유학생을 주제로 한 단편영화입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이 소개하면서 유명세를 탄 이 비디오는, 역시 중국인 유학생 출신의 세실리아 먀오(Cecilia Miao, 缪思)가 설립한 채널C 프로젝트가 촬영, 제작한 작품인데요. 채널C는 낯선 캠퍼스에서 중국인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 오해와 편견 등을 대담 및 즉석 인터뷰형식으로 솔직하게 조목조목 짚어보고 있습니다. 21세기의 해외 유학생활, 소셜저널리즘 등 다양한 주제로 아시아워치가 세실리아 양과 인터뷰해보았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 안녕하세요? 광저우 출신의 세실리아 먀오라고 합니다. 지난 2013년 위스콘신대(University of Wisconsin in Madison)을 졸업했고, 채널C는 재학생 시절부터 시작한 유튜브 채널이에요. 지금은 중국에서 모바일 중국어 학습앱을 제작한 스타트업 ChineseSkill에서 마케팅 매니저로 일하고 있답니다.

저도 2013년에 버지니아 대학을 졸업했는데, 우연의 일치네요. 아시아로 귀국한 유학파 동갑내기를 만나 기쁜데요?

  • 혹시 저처럼 자국 재적응 중인가요?(웃음) 더군다나 제 경우엔 고향으로 돌아온게 아니라 직장차 베이징으로 또 옮겨서…언제까지 이리 누비고 다니며 살건지 싶어요.

 

채널C의 탄생배경

‘미국인 학생들과 중국인 유학생들 간의 문화적, 감성적 공감대를 짓기 위해’라는 목적으로 채널C를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이 아이디어가 떠오른 구체적인 경위나 사건이 혹시 있었는지?

  • 미국에 있을 때 학교 측 주최로 중국학생들과의 교류를 촉진하는 포럼에 참석한 적이 있었어요. 후에 채널C를 공동으로 세운 팡더, 무그  두 친구들과 함께

    채널C의 공동창설자: 무그, 팡더, 세실리아

    갔는데,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었죠. 우선 우리와 같은 학부생과 교직원의 참석률이 무척이나 저조했어요. 정작 포름 주최목적의 당사자인 중국인 학생들을 제도적으로 어떻게 도울 수 있는가, 캠퍼스 라이프 측면에서 무엇을 개선할 것인가 하는 논의도 활발하지 않았죠. 이 현실을 외국인 신분으로 어떻게 타개할 수 있을까 고민해본 결론은, 위스콘신대 학생으로서의 우리 상황 및 필요에 대한 인지도를 우선 넓혀야 한다는 것이었죠.

그리고 유튜브야말로 최고의 매체였네요. 요즘 대학생들이 몇 시간이고 고양이 비디오 따위나 보며 허송세월하는지 생각해보면 알이에요(웃음)

  • 그렇죠! 요즘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컴퓨터가 얼마나 잘 보급되어있나요. 사실, 미국의 주류학생들은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별로 관심이 없어요. 좋게 보더라도, 그저 먼 나라에서 와서 고생하니 약간의 호의를 보여주면 좋겠다 싶은 객체 정도로 취급되기 마련이죠. 결국 미국인 학생들은 우리를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또래들과 사귀고, 기억에 남을 캠퍼스 생활을 하고 싶은 20대 젊은이로 동일시하지 못하고 있어요.

바로 그 점을 공략하려고 한 거군요 ‘공감‘얻기, 자기이입ㅡ맞나요?

  • 그런 셈이에요. 유학생 커뮤니티에서 이런 시도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어요. 학생주도의 교류 목적 프로그램은 미국학생들이 단발적으로 열거나, 반대로 중국인 학생들끼리의 도모를 위해 중국어로만 이뤄지기 마련이었죠. 하지만 채널C는 저와같은 유학생들의 주도로, 영어를 쓰는 주류학생들을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크게 차별화되죠.

주제와 객체의 선정에 있어 아시아워치가 추구하는 바와 공통점이 있어 보이네요. 비(非)영어권의 목소리, 우리의 의견을 직접 서로의 언어로 전달하고자 하는 점에서 말이에요. 그리고 솔직히, 이런 뜻깊은 배경지식 없이도 <나의 외국인 룸메이트>는 충분히 재밌었어요. 워낙 웰메이드여서요. 주인공에게도 쉽게 공감이 갔고요. 나도 불과 몇년전에만 해도 미국인 룸메에겐 이상한 외국인 친구였을테니…다음 화는 언제 나올 예정인가요?

  • 재밌게 봐줘서 고마워요! 아쉽게도 촬영은 무기한 연기됐어요. 저를 비롯한 초기 프로듀서들이 모두 졸업 후 흩어졌거든요. 캠퍼스라는 공짜 세트와 즉석 캐스팅한 연기자들도 더이상 구할 수 없고요 (웃음)

아쉬운데요…하지만 후속편이 나오면 꼭 올릴거죠?    물론이에요.

 

국제학생의 위치

외국인 학생들의 위상이랄까, 대학시절 국제학생들의 편의를 도모하는 것이 운영 면에서 중요시됬나요? 버지니아대의 경우에는 예로, 매 학기말마다 고국으로 돌아가는 학생들을 위해 워싱턴까지 공항리무진을 배차하곤 했어요. Peer Advising Family Network(PAFN)이라고 해서, 학교생활 적응이나 주변시설에 대한 정보습득을 도와주는 학생주도 멘토링제도도 있었고요. 중국의 경우엔 최근에 버지니아대 입학사무소를 상하이에 연 걸로 알고있고요.

  • 위스콘신대도 상하이에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어요. 제 때도 외국인 학생과 미국 학생을 1대1로 연결해주는 Bridge 프로그램이란게 있긴 했지만, 비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은 뭐 그 정도였어요.

역시 충분하지 못했다고 보는건가요?

  • 양적으로 충분한지 않은지의 문제가 아니에요. 국제학생들에 특화된 필요나 문제를 전략적으로 접근하지 못하는 것이 불만인거죠. 병훈 씨라면 이해할만한 예를 하나 들게요. 모교로부터 기부금을 달라는 편지가 줄기차게 날아오고 하지요?

(웃음)그럼요. 어찌나 독촉(?)하는지, 한 푼도 내줄 의향이 없어요.

  • 그렇죠? 우리가 왜 내줄 의향이 없을까요? 미국 주립대의 국제학생은 4년 내내 미국인 학생 두 명 분의 학비를 내며 공부하지요. 그나마 아르바이트로 생계에 보탬해보려 해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법으로 금지되어있지요. 사립대라면 뭐, 말할 것도 없고요. 이렇게 겨우 갓 졸업했더니 학교 측이 여전히 우리 돈이 고프다? 그럼 최소한 다른 졸업생들과 일괄적으로 똑같이 대하지 말고, 외국인 졸업생을 선별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전략을 고안해야하지 않을까요? 펀드레이징이란 걸 저렇게 허술히 하면 안되지요.

(웃음) 그렇죠. 마케팅이 허술하네요.

  • 여러가지 제도상 지원부족이나 전략에 대해서 학생들이 피드백을 제공하면 큰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어요. 하지만 국제학생들, 특히 아시아계는 자기 의견을 안 내비치고 조용히 지내는 경향이 있어 이런 문제가 수면에 드러나지 않았지요. 물론, 결국 직접적으로 우리의 요구를 수용하고 변화를 이끌어낼 책임은 학교 경영진에게 있어요. 결론적으로 양측이 모두 노력해 서로가 만족할 합의점을 찾아야죠. 한 쪽의 일방적인 선의만으론 충분하지 않다고 봐요.

 

주류와 소수를 넘나들기

살짝 주제와 빗나가는데, 위스콘신대에서 인종차별을 겪은 적이 있나요? 제 경우에는 한번 있었던 것 같아요. 금요일 밤에 어느 사교클럽의 오픈파티에 들어가려다가 단체로 문전박대 당했거든요. 제가 한국인이어서요. 제 친구들 중 한명은 심지어 그 날 초청한 DJ와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였는데, 그거론 문을 통과하기에 충분하지 못하더군요(웃음)

  • 다행히 저는 직접 차별받은 적은 없어요. 아, 한번은 친구와 나란히 길을 가면서 북경어로 말하고 있는데, 반대편에서 걸어오던 생판 모르는 사람이 “칭총링동!” 이라며 비아냥거려서 당혹스러웠던 적은 있네요. (2011년 UCLA의 백인 여학생이 도서관에서 떠드는 아시아계 학생들을 비하하는 내용의 유튜브 영상에서 ‘칭총링동’이라며 중국어발음을 따라해, 네티즌 사이에 화제가 됨)
    물론, 그건 엄밀히 말해 인종보다는, 익숙하지 않은 언어와 거기서 느껴지는 이질감을 저격한거지만 말이에요.

그렇죠. 그 당혹스러움은 주류에서 비주류가 되버린 상황에서 개인이 느끼는 지극히 당연한 감정이었을 거에요. 전에는 모국어로 말하고 소통하는 것이 지극히 정상적인 세계에 살다가, 갑자기 이젠 내 언어로 말하는 것만으로 따돌림당하고, 심할땐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눈초리와 모욕을 받을 수도 있는 그런 상황 말이에요.

“서로가 어울리는 사회를 위해선 양쪽이 모두 노력하는 거에요”

  • 맞아요. 어느  사회라도 변두리로 밀려나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이런 시나리오에서 역할만 살짝 바꾸면 중국에 사는 영미권 외국인들에게도 적용되요. 중국에도 다양한 목적으로 체류 중인 미국/영국/호주인들이 있어요. 개중엔 중국어를 잘 못하거나, 아예 주변 중국사람들과 의사소통할 생각 자체가 없어보이는 사람들도 꽤 있지요. 소위 ‘경계인'(expat)라고 불리는 이 부류는, 보통 다국적기업의 임원이거나 영어강사 등으로 일하면서 자기들과 비슷한 외국인끼리 모여 영어로만 말하는 커뮤니티를 만들지요. 미국 대학에서 배타적이라고 눈총받는 중국인 유학생들보다 더했으면 했지 덜하지 않아요. 하지만 왠지 이런 경계인들보다는 우리 유학생들이 훨씬 비판받지요. 이건 불공평하지 않나요?

무슨 말인지 알아요. 저런 외국인 부류는 한국에도 존재하지요. 10대와 20대 대부분을 해외에서 보내면서, 언제나 주류사회와 소통하고 좀 더 그 나라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려 부단히 노력해온 일인으로서, 저런 경계인들이 곱게 보일 수가 없네요. 절 더 불편하게 하는 건, 바로 경계인들이 ‘영어’를 무기삼아 영문권 저널리즘의 보도와 시각의 편중됨을 심화하는 트렌드에요. 한국사회에 대한 얕고 겉핥기식 이해력을, 마치 외지인들의 객관적인 시각으로 착각하곤 하는데, 안타깝게도 많은 인터넷 매체들이 이들을 인용하거나, 경계인들이 직접 운영하기도 하지요.

  • 맞아요. 자신들의 호스트 국가에 대해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더불어 살려보기단, 고지에 서서 비판하기 좋아하는 태도를 견지하는 외국인들, 저도 정말 싫어해요. 안타깝게도 이들에겐 인터넷이 있고, 이들은 영어로 말하며 블로그를 쓰지요. 영어로 듣고 읽는 전 세계가 그들의 독자층이고요. 이 어마어마한 파급력을 등에 입은 소위 자생 저널리스트들이 아시아에 대한 왜곡되거나 얕은 분석을 매일같이 내놓고 있어요. 중국 고등학생들이 SAT시험을 컨닝한다는 기사 등이 쉬운 먹잇감이죠. 그런 보도 하나로, 중국인 학생들을 모조리 사기꾼으로 만들 수 있으니까요. 이런 현상이 일어나게 된 배경ㅡ유학의 비즈니스화, 교육 경쟁, ETS社의 부실관리 등ㅡ은 무시하고요.

어떤 의미에서 채널C나 아시아 워치 모두 이런 영문 주류 저널리즘의 헤게모니에 대항하는 운동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겠군요.

Byunghun

Byunghun

Founder, editor-in-chief